|
정부가 택배 상·하차 업무에 외국인 노동자도 취업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안을 내놓자, 외국인 노동자 입국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2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방문취업(H-2) 비자는 중국․고려인 등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발급하며 해당 비자 보유자는 300명 미만의 제조업과 축산업, 건설업, 호텔업 등 시행령에 적힌 39개 업종에만 취업할 수 있도록 되어 왔다.
최근 재계는 택배 상·하차 업무에 외국인 노동자가 취업을 허용하도록 규제 완화를 요구했고, 코로나19로 택배 물량 증가에 따른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법무부는 지난 16일 방문취업(H-2)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의 취업 허용 범위에 택배 상하차 작업을 추가하는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출입국 제한이 강화돼 1년 가까이 외국인노동자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효용성이 있겠느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중소기업이나 농어촌의 경우 주로 고용허가제(E-9)로 비자로 입국하는 외국인노동자가 끊기다시피 하면서 지난해부터 만성적인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법무부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으로 국내에 방문취업(H-2) 자격으로 체류 중인 재외동포는 14만7654명으로 전년 대비 35.6% 줄었다. 같은 기간 비전문취업(E-9) 외국인은 23만3950명으로 16.7% 감소했다.
노동자
수원시 권선구 한 직업중개업소 대표는 “건설업계의 경우 중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의 입국이 거의 끊기면서 외국인 구직자는 크게 줄어들었다. 요즘 거의 못 본 것 같다”며 “택배상․하차가 허용되었다고 해도 비자를 받은 사람들이 거기 가서 일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택배업체들은 인력난을 이유로 공공연히 상·하차 업무인력에 외국인을 불법 고용해 왔다. 도내 물류센터 인력 중개업소에서 근무하는 A씨는 “물류센터로 오는 외국인의 수는 지난 몇달간비슷한 수준이었다. 택배 상·하차에 외국인이 허용되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 인력업체 대표는 “법적으로는 안 된다고 해도 일용직 노동자 중 영주권자는 별로 없고, 대부분 재외동포(F-4), H-2인데 고용하는 것”이라며 “택배뿐만 아니라 인력난을 해결하려면 외국인들을 쉽게 들여오고 고용할 수 있도록 제도부터 고쳐야 한다”라고 힐난했다.
한편 노동계에서는 열악한 택배 업무환경 개선을 미루고 위험을 외국인에게 떠넘긴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중국과 구소련계의 H-2 비자 취득자들이 과연 죽음의 물류현장에 들어갈 리도 만무하지만 E-9 비자로 확대되어 싼값에 자유롭게 인력을 수급하려는 자본의 의도가 관철될 소지마저 다분하다"며 밝혔다.
반면 재계에서는 이번 법무부의 개정안을 반기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11월 외국인 인력 고용을 허가하는 '고용허가제' 적용 업종에 택배업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H-2는 30만명을 넘어서지 않는 총량제고, 이미 들어와 있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니만큼 개정안이 통과되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본다”며 “물류센터에서도 H-2 비자 보유자를 고용하면서, 동선 파악이 안 되어 최근 문제가 되었던 불법체류자를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